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네안데르탈인의 도약

728x90

이렇게 유럽에서 초기 문화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대체로 현대인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신체 구조는 달랐습니다. 이들의 뼈는 독일의 네안데르탈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는데, 특히 두개골의 형태가 무척 흥미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동안 어떤 결함이 있는 현대인의 유골로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이 두개골은 과학적 방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지금은 네안데르탈인이 7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호모 에렉투스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호모 에렉투스에서 수많은 유전적 변화를 거쳐 네안데르탈인으로 변하기 위전 형태인 프리 네안데르탈인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마침내 최종적인 형태의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나왔습니다. 이들의 독특한 특징을 보여 주는 뼈들은 오직 유럽에서만 발견되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독특한 진화의 계통을 빙하기 때 생겨난 네안데르탈인의 하위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증거는 모로코, 사하라 북부, 팔레스타인, 서아시아와 이란 등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중앙아시아와 중국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지역 네안데르탈인 유골은 20만 년 전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네안데르탈인은 많은 지역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8만 년 전에는 이미 네안데르탈인들이 만든 물건이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 수준이나 물건의 모양은 지역마다 달랐습니다. 또한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는 10만 년 이전에 사용됐던 기술의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신체구조가 현대인과 매우 비슷한 원시 인류가 남긴 흔적인데, 이들은 후기 호모 에렉투스에서 따로 진화해 나왔습니다. 이들의 기술은 네안데르탈인의 기술보다 더욱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이처럼 원시시대부터 문화는 이미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었습니다. 이제 집단마다 각각의 문화적 전통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이때부터 자기 지역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느 '지역주의'가 있었던 셈입니다.

 

신체구조가 현대인과 비슷한 다른 종들처럼, 네안데르탈인도 두 발로 걸었으며 두뇌가 컸습니다. 그 최초의 유골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 물론 그들은 우리가 속하는 아종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보다도 미개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놀라운 지적 능력으로 진화과정에서 엄청난 도약을 이룬 존재였습니다.

 

이를테면, 네안데르탈인들 옷을 입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의 가죽과 털을 얻기 위해 긁개를 사용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그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술을 발달시켰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이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발전이었습니다.

 

매장 의식과 사후세계

 

네안데르탈인들이 보여 준 가장 놀라운 문화 가운데 하나가 매장 의식이었습니다. 죽은 사람들 땅에 묻는 매장이라는 행위는 그 자체가 당시의 문화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당시 사회에서 사용했던 물건들이 무덤에 함께 묻히기 때문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들의 무덤에서 제사의식 또는 의례를 행한 증거가 최초로 발견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엄청난 뜻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지역 근처에서는 매장된 네안데르탈인 소년의 뼈가 발견되었는데, 그 시체 주위에는 뿔이 원 모양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이것은 특정 동물이나 식물의 집단의 상징으로 섬기는 토템 숭배 신앙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북부 이라크 지역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네안데르탈인들이 하루는 먼 곳으로 낙 꽃과 풀을 따옵니다. 그리고 그들은 꽃과 풀을 죽은 동류 주위에 슬며시 놓습니다.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정성을 들여 죽은 사람을 묻는 행위는 인간 개인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빙하기라는 힘든 환경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서로서로 도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방과 인간 개인에 데한 관심 역시 커졌을 것이고, 서로에 대한 의존이 커지자 함께 살던 누군가가 죽었을 때 그 슬픔과 상실감 역시 깊어졌을 것입니다.

 

그 이상의 상황도 일어났습니다. 죽기 몇 년 전 오른팔을 잃은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이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아마 다른 이들에게 의지해서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속한 집단은 주기까지 그를 먹여 살릴 듯합니다.

 

이보다 더 대담한 주장도 있습니다. 매장 의식은 죽음 후에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당시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는 삶은 환영이고, 실재는 보이지 않는 다른 곳에 있으며 사물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담긴 오래된 신화들이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이처럼 네안데르탈인 시대에는 매우 중대한 변화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들이 살던 동굴에서 동물과 관련된 제사의식의 증거가 나왔듯이 정성을 들인 매장 의식도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일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구분해 낼 수 있었고, 이를 제사의식 등을 통해 표현해 내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미약하고 불확실하며 서툴렀지만, 인간의 정신은 이제 그 찬란한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