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사

농업과 축산의 발달

728x90

서아시아에서 전파된 농업기술

어쩌면 중국 등이 자리 잡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먼저 농업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서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근거가 더욱 많다. 설령 서아시아 지역이 최초로 농업이 시작된 곳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지역을 깊게 봐야 할 이유는 그 밖에도 많다. 훗날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고 불리는 초승달 모양의 서아시아 지역은 이집트에서 북쪽으로 팔레스타인과 동지중해 연안의 레반트,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인 소아시아를 지나 이란과 카스피 해 사이의 산지까지 뻗어 간 뒤 남쪽으로 내려와 메소포타미아 계곡을 아우른다.

 현재 이 지역은 5000년 전 기후 조건이 가장 좋았을 당시의 풍요로운 환경과는 매우 달라 보인다. 당시 터키 남부 지방에서는 야생 보리와 밀 같은 곡식이, 요르단 계곡에서는 밀의 일종인 에머밀이 자라고 있었다. 이집트는 역사시대로 접어들기 전까지 강우량이 풍부해 커다란 사냥감들이 넘쳐 났다. 시리아에는 기원전 1만 년경에도 코끼리가 살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이 지역은 주변의 사막과 비교하면 그나마 비옥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사시대에는 훨씬 더 좋은 환경이었다. 기원을 따져 보면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곡식은 모두 이 지역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소아시아에서는 땅을 갈아 농사를 지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기원전 9500년경 야생의 식물을 수확한 증거가 확인되었다.

 아마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나무가 많이 우거진 숲지대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간 살아왔던 공간만으로는 늘어난 인구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를 베고 곡식을 심으면서 생활 공간을 넓히려는 시도를 했을 것이다.

 농사 기술이 유럽으로 전해진 것은 기원전 6000년경으로 보인다. 물론 교류는 대륙 바깥보다는 지역 내에서 훨씬 활발했다. 예를 들면 이란 남서부에서 발견된 기원전 8000년경의 돌칼들은 그 근처 소아시아 지역의 흑요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농사 기술이 모두 교류를 통해 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후에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농업이 시작되었지만, 외부에서 이곳으로 농사 기술을 전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가축의 등장

가축으로 길러지고 있는 흰색의 소
가축의 시작

야생동물을 인간의 필요에 맞게 개량한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것도 농사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진전이었다. 기원전 9000년경 이라크 북부지방에서 양을 기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이전의 수천 년 동안에는 젖소와 돼지의 조상이 되는 동물들이 풀과 나무로 뒤덮인 구릉지역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껏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따금씩 인간 사냥꾼들을 만날 뿐이었다. 돼지는 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 있었고, 소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부분 지역에서는 양과 염소가 특히 많았다. 가축들은 인간의 삶에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동물의 가죽과 털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우유를 짜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농사나 운송 수단으로도 동물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좀 더 후에는 알이나 고기를 얻기 위해 몸집이 작은 날짐승을 집에서 기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