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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수메르의 유산과 서아시아의 새로운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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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의 유산

이제 최초로 문명을 이룩한 민족은 최후를 맞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메르인 고유의 특성은 메소포타미아와 서아시아의 일반적인 역사 속으로 흡수되고 만다. 위대한 창조의 시대는 수메르 지역 대신 이보다 작은 지역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바야흐로 역사의 지평이 한층 넓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수메르의 국경 지방에는 적들이 많았다. 결국 기원전 2000년경 이란 지역의 엘람인"이 쳐들어 와서 우르는 멸망하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약 1000년 동안 이 두 민족 사이에 종종 싸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어떤 학자는 두 민족이 이란인과의 교역로를 두고 싸움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당시에는 메소포타미아에 부족한 광물을 얻기 위해 이란인들이 사는 산악지대와 교역을 해야 했다. 어쨌든 우르는 종말을 맞았다. 우르가 사라지면서 수메르의 독특한 전통은 여러 문명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세계로 휘말려 들어갔다. 이제 수메르의 문화는 다른 문명이 이뤄놓은 전통 속에서 이따금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수메르는 약 1500년 동안 메소포타미아에서 문명의 토대를 닦았다. 그 전의 문화가 수메르 문명의 토양에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들은 문자와 기념비적 건축물, 정의와 법이라는 관념, 위대한 종교적 전통의 뿌리를 남겨 놓았다. 그것은 커다란 선물이었으며, 다른 문명의 꽃을 피울 씨앗이었다. 메소포타미아의 전통은 예전부터 이미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전통은 모든 면에서 수메르인의 유산 속에 녹아들어가 있었다.

구데아 동상.
구데아

서아시아의 새로운 민족

수메르인이 문명을 건설하는 동안, 그들의 영향력은 다른 곳에서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서아시아 전역에 새로운 왕국과 민족이 등장했다. 그들은 메소포타미아 남쪽에서 눈으로 확인한 문명에 큰 자극을 받았고 스스로 이를 배워 나가고자 했다. 문명이 전파되는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서아시아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랫동안 외부의 민족들이 큰 혼란을 일으킨 지역이기도 했다. 아카드인도 그 가운데 한 민족이었다. 그들은 원래 셈족이 살던 아라비아 지역에서 올라와 메소포타미아라는 역사의 무대에 한동안 머물렀다. 그러고는 다시 역사 속에 사라졌다. 아 카드인을 물리친 산악 민족인 구티족은 카프카스인들이었다. 이런 여러 민족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민족은 아모리인 들이었다. 셈계의 아모리인들은 널리 퍼져 나갔고, 엘람인과 힘을 합쳐 우르의 군대를 물리친 뒤 그곳을 멸망시켰다.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 메소포타미아 북부에 아시리아 왕국을 세웠다. 그리고 다마스쿠스와 바빌론에도 여러 왕국을 건설했다. 그들의 왕국은 팔레스타인 해안까지 뻗어 나갔다. 아나톨리아에는 히타이트 인이 있었다. 그들은 기원전 3000~2000년 사이에 발칸 반도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온 인도-유럽계 민족이었다. 또한 이 거대한 혼란의 주변에는 또 다른 고대 문명인 이집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란은 인도-유럽계 민족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이 지역은 혼돈 그 자체였다. 다양한 민족이 뒤얽힌 이 혼란의 물결은 곧 사방으로 퍼져 나갔는데, 그 양상은 더욱더 파악하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