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원류에서 영장류로
여기서 잠시 지금까지 이야기해 온 시대보다 더 이전 시대를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약 5500만 년 전 이야기인데, 당시 원시 포유동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쥐와 같은 설치류처럼 생긴 것으로 이들은 땅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나무 위로 올라가 살았습니다.
이 둘은 사는 환경이 달라서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별로 없었고, 각각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들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나무 위에서 살았던 동물들을 우리가 원원류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최초 영장류의 조상이며 우리는 이들의 후손입니다.
살아남은 동물들
'조상'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원원류는 우리와 수백만 세대나 차이가 나며, 진화 과정에서 수많은 '단절' 또한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가장 먼 조상이 나무 위에서 살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원원류에서 진화한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숲과 나무를 비롯한 자연 곳곳에서 발생하는 불확실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늘 속에 도사리고 있는 갑작스러운 위험, 손에 쥐면 금방 부러지는 나뭇가지 등 다양한 조건과 위협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동물들 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자손에게 대대로 유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쓸모없는 유전인자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살아남은 동물들 중 일부는 긴 발가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이 발가락은 점차 손가락으로 변했고, 마침내 엄지와 네 개의 손가락이 되었다. 유인원의 또 다른 조상은 이미 입체적 시각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 후각의 중요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원원류는 몸집이 작은 동물입니다. 오늘날의 나무 두더지라는 동물을 보면 과거 원원류가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원류는 인간뿐만 아니라 원숭이와도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수백만 년 동안 원원류는 인간이 탄생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살아온 지역의 지형적, 지리적 특성은 진화 과정에 큰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이는 다른 종과의 교류를 차단했고, 다른 종과 따로 떨어져 살면서 종의 분화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촉진시켰습니다. 이런 고립된 지역에서 오늘날 볼 수 있는 수많은 포유류 동물의 조상이 나타났습니다. 그중에는 최초의 원숭이와 유인원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늦어도 3500만 년 전쯤 나타났을 것입니다.
원숭이와 유인원
원숭이와 유인원의 탄생은 진화의 역사에서 매우 획기적인 진전이었습니다. 이들은 이전의 어떤 동물보다도 물건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습니다. 또한 이들 내에서도 체격이나 나무를 타는 기술이 서로 차이가 나는 종들이 있었습니다. 이과정에서 생리적 심리적 진화도 일어났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력이 발달하고 공간을 인식하는 능력이

발달할 때 동물의 의식 수준이 성장하듯 물건을 다루는 능력이 발달하면서 그들의 의식도 어느 정도 성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이들 중 이부는 이미 색깔을 구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최초 영장류의 두뇌는 이전에 존재했던 그 어떤 조상의 두뇌보다 훨씬 복잡해져 있었고 크기도 더 컸습니다. 어느 시점에서 그중 일부 뇌가 더욱 복잡해지고 물리적 능력 또한 더욱 발달했을 것입니다. 이들은 마침내 그저 조각조각 흩어진 감각의 덩어리였던 주변을 어느 정도나마 '사물들이 존재하는 구체적인 세계'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이들은 자연에 순응하는 단계를 넘어 자연을 이용하고 정복하는 단계에 가까워졌습니다.
약 2500만~3000만 년 전,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숲이 줄어들자 숲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그 경쟁은 숲과 초원이 만나는 곳에서 많이 나타났습니다. 숲에 있는 보금자리를 지킬 만큼 강하지는 못했지만 열대 초원으로 먹이를 찾아다닐 수 있었던 일부 영장류는 새로운 지역을 도전과 기회의 땅으로 삼았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고릴라나 침팬지보다 인간과 비슷한 자세와 움직임을 보였을 것입니다. 두발로 일어서고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덕분에 다양한 짐을 운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식량을 옮기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덕분에 위험하고 넓은 초원을 샅샅이 뒤지고 난 뒤 보다 안전한 보금자리로 식량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분명 인간이 갖고 있는 특징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발견한 그 자리에서 먹이를 먹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동하거나 싸우는 행위 외에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앞발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가능성을 의미했습니다. 최초의 도구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다른 영장류도 손안에 물건을 쥐고 방어를 위해 흔들거나, 때로는 그것을 식량 찾는 데에 쓰려고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