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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고대 서아시아의 암흑시대에 대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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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와 침입자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는 역사시대의 출발점이었다. 세계사는 한동안 이 두 문명지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역사를 다른 세계와 따로 떼어 놓고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고대 세계나 고대 서아시아에 관한 이야기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기원전 2000년이 지나자 곧이어 이민족이 이동하면서 서아시아의 질서가 파괴되고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또 그로부터 1,000년 후에는 그 외의 지역에도 문명의 중심지가 나타나게 된다. 그때쯤이면 우리는 이미 역사시대로 한참 들어와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역사가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사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오랫동안 세계의 그 어떤 지역보다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곳이었는데도 말이다. 기원전 2000년경부터 새로운 제국들이 출현하는 기원전 9세기경까지 그곳에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그러나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아주 기본적인 사실조차 알기가 어렵다. 이제 역사는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문명은 인간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아마도 수많은 사건을 하나하나 알아보는 것보다 그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들을 살펴보는 것이 좀 더 의미 있을 것이다.

말과 전차를 이용하기 시작한 고대전쟁의 벽화 모습
고대전쟁

복잡해지는 세계

변화를 일으킨 가장 큰 요인은 민족의 대이동이었다. 기원전 2000년 이후로 1,000년 동안 민족의 이동에 따른 변화가 계속되었다. 인도-유럽계 민족들이 동쪽과 서쪽에서 비옥한 초승달 제대로 압박해 들어온 것이 이 지역의 변화 일으킨 가상 기본적인 원인이었다. 이들 민족은 더욱 다양해지고 많아졌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중에 그리스인의 조상도 있었다는 것이다. 셈족 역시 메소포타미아 계곡을 두고 인도-유럽계 민족과 싸움을 벌였다. 이집트와 이후에 밝혀질 신비의 해상 민족은 시나이 반도, 팔레스타인, 레반트를 두고 싸웠다. 그리고 또 다른 인도-유럽계 민족 하나가 이란에 세력을 형성했다. 그들은 그로부터 기원전 6세기경에 마침내 최고의 고대 제국인 페르시아 제국을 세웠다. 인도로 밀고 들어간 또 다른 인도-유럽계 민족도 있었다. 인도-유럽계 민족의 이동은 수세기 동안 주변의 여러 나라들이 왜 그렇게 변화해 갔는지를 설명해 준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의 기준에서 볼 때, 그래도 꽤 오랫동안 지속된 국가가 여럿 있었다. 러시아 남부 카프카스 지역에서 온 카시트인이라는 민족은 기원전 1600년경부터 약 450년 동안 바빌론을 지배했다. 하지만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 온 이집트의 기준에서 보자면, 카시트 왕조의 역사는 한순간에 불과했다.

서아시아를 뒤바꾼 군사 기술

당시 새롭게 등장한 많은 문화와 문물들은 민족의 대이동에 큰 힘을 실어 주었다. 이 가운데 이전의 제국과 왕국들이 마침내 취약함을 드러냈다는 것은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민족의 이동이 뚜렷한 자취를 남긴 것들 중 하나가 바로 군사 기술의 혁신이다. 기원전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는 이미성을 쌓거나 적을 포위하는 기술이 꽤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이러한 기술을 갖고 있던 인도-유럽계 민족들 중 일부는 유목 민족이었다. 혁신적인 기술 덕분에 이들 유목민족은 전쟁에서 크게 이길 수 있었다. 물론 적을 포위하는 공격 기술은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그다지 완벽하지 않았다. 바퀴가 두 개 달린 전차와 기마병이 전투에 등장하자 전쟁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고대의 기록을 보면, 수메르의 병사들은 당나귀가 끄는 볼품없는 사륜 전차를 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수메르 군에게 전차는 장군이나 지휘관이 장소를 이동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정작 전차병들은 창과 도끼로 적과 싸웠다. 진정한 의미의 전차는 바퀴가 두 개 달린 말이 끄는 전투용 마차였다. 전차는 보통 두 명의 병사가 탔다. 한 명은 전차를 몰고, 다다른 한 명은 뿔로 만든 활을 사용해서 적에게 화살을 날렸다. 카시트인은 이런 식으로 말을 활용한 최초의 민족이었다. 카시트의 통치 계급은 인도 유럽계 민족이었던 듯하다. 그들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 북부와 동부의 초원 제대로 나아가 그곳 유목민들의 땅에서 쉽게 말을 구할 수 있었다. 반면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말이 많지 않았다. 말은 왕이나 지도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따라서 말을 잘 사용했던 카시트인은 메소포타미아인에 비해 군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한 수 위에 있었다. 그러나 결국 서아시아에 있는 모든 거대 왕국의 군대에 전차가 도입되었다. 전차는 누구에게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값진 무기였다. 이집트인은 전차를 탄 힉소스인에게 정복당했지만, 마침내 똑같이 전차라는 놀랄 만한 무기를 이용해서 힉소스인을 쫓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