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끝
신왕국시대에 외국과 교류가 늘어났다는 것은 또 다른 사실을 의미했다. 이는 이집트가 주변으로 세력을 넓혀 나가는 방식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뜻한다. 가장 중요한 지역은 지중해 동부의 레반트 해안 지대였다. 투트모세 3세는 이곳을 정복하기 위해 17년의 세월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시리아 동부와 메소포타미아 북부를 지배했던 거대한 미탄니 제국을 정복하지는 못했다. 그의 후계자들은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급기야 한 파라오는 미탄니의 왕녀와 결혼까지 했다. 이렇게 신왕국은 레반트 지역에서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미탄니와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친선 정책을 펼쳐 나갔다. 이집트는 오랫동안 보호 벽처럼 작용했던 고립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었다. 한편 미탄니는 점차 강해지는 북쪽의 히타이트 인에게 계속해서 압박을 받고 있었다. 히타이트 인은 기원전 2000년대 후반 서아시아의 질서를 뒤흔든 야심 찬 민족이었다. 이처럼 이집트의 주위에는 또 다른 세력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신왕국시대의 이집트는 일찍이 대외 정책을 매우 중시했다. 아멘호테프 3세와 4세의 통치 기간이었던 기원전 1400년경부터 기원전 1362년 사이에 작성된 외교 문서에 이런 사실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아멘호테프 3세 때 이집트의 권력과 번영은 절정에 이르렀다. 이때가 테베 지역은 가장 큰 영광을 누린 시대였다. 아멘호테프 3세는 이곳에 묻혔는데 그의 무덤은 왕의 무덤 중 가장 큰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후대의 그리스인들이 멤논의 거대한 조각상'이라고 부른 유물 외에는 어떤 유적도 남아 있지 않다. 멤논은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으로 에티오피아의 왕이다.
아크나톤의 통치
아멘호테프 4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1379년 파라오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종교 개혁을 시도하여 고대의 종교 대신 태양신 아톤만을 모시도록 했다. 그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이름까지 아크나톤으로 바꾸고 테베 북쪽으로 480km 떨어진 아마 르나에 새로운 도시를 세웠다. 새로운 종교적 중심지로 자리 잡은 이곳의 신전은 지붕이 없어 햇빛이 신전 안으로 그대로 내리쬐었다. 종교 개혁에 대한 아크나톤의 의지가 확고했고 그 믿음 또한 깊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종교를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 그 당시 이집트인들의 종교적 보수성을 생각하면, 그의 시도가 시작부터 어려운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어쩌면 그가 아톤에 대한 숭배를 고집한 데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아몬-레를 모시던 종교 지도자들이 휘어잡고 있던 권력을 되찾으려 했을 것이다. 어쨌든 아크나톤은 이런 종교 혁명에 몰두해 있었고, 그 때문에 다른 쪽으로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동안 히타이트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해 갔다. 아크나톤은 미탄니가 공격을 받을 때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미탄니는 기원전 1372년 히타이트에게 유프라테스 강 서쪽 지역을 모두 잃었고, 내란으로 큰 분열을 맞았다. 이로써 미탄니 왕국은 점차 쇠퇴하였고, 결국 30여 년 뒤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집트의 세력 역시 약해져 갔다. 나중에 아크나톤의 이름이 공식적인 왕의 계보에서 빠진 것은 종교 개혁에 반대한 사람들의 분노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라의 세력이 약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투탕카멘
아크나톤의 후계자는 고대 이집트의 왕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왕이다. 아멘호테프 4세의 사위였던 투탕카톤은 아멘호테프가 아크나톤으로 이름을 바꾸었듯이 자신의 이름을 투 탕카톤에서 투탕카멘으로 바꾸었다. 아크나톤의 종교 개혁을 되돌려 예전의 아몬-레 숭배를 되살린다는 뜻을 명백히 하기 위해서였다 '왕가의 계곡'에 그의 무덤이 웅장하게 지어진 것은 아몬-레를 다시금 숭배할 수 있도록 했던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몬-레를 다시 숭배하게 한 것을 제외하면, 그는 단지 젊은 나이에 죽은 왕일뿐이었다. 통치 기간 중 두드러진 업적을 찾아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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