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종교와 성직자 계급

이집트의 종교는 대단히 복잡했다. 지역에 따라 숭배하는 대상이 달랐다. 이는 사상이나 교리에 차이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를테면 기원전 14세기의 한 파라오는 또 다른 태양신 아톤을 숭배하는 전통을 세웠다. 여기서 하나의 신만을 인정하는 최초의 유일신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이후에도 변화는 계속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기도 했다. 이집트의 종교를 오늘날의 관점으로 해석해 보면, 결국 그 내용은 그들이 믿던 신이 어떻게 번성하고 쇠퇴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은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것이었다. 종교에 관심을 둔 것은 파라오뿐만이 아니었다. 신앙을 뒷받침하는 제도는 대대로 특권을 물려받는 성직자 계급의 손아귀에 있었다. 성직자들은 성스러운 장소에서 예배 의식을 진행했는데, 그 공간은 일반인들이 거의 들어가 본 적조차 없는 곳이었다. 신전의 제단에 있는 신상도 성직자 이외에는 거의 아무도 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직자들은 대중들의 인기를 얻으며 더 큰 권력을 얻었고, 그들이 거행하는 종교의식도 더욱 위상이 높아졌다.
200년간 이어진 고대 이집트 예술

고대 이집트 예술에서도 신은 중요한 주제였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주제를 찾아볼 수 있다. 이집트인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을 예술의 기초로 보았다. 물론 관습에 제약을 받았겠지만, 이런 방식 덕분에 고대 이집트 예술은 2,000년간 그들만의 단순미를 간직할 수 있었다. 또한 그 이후 좀 더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진 시기의 예술은 오히려 더욱 매력적이고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이집트 예술은 일상생활의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를테면 농사를 짓거나 물고기를 잡는 모습, 사냥을 하는 모습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볼 수 있다. 기술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서기관들이 일하는 모습 등을 그린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이집트 예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 내용이나 기법이 아니라 바로 그 변하지 않는 양식'에 있었다. 약 2000년 동안 이집트 예술가들은 일관된 예술적 전통을 별 흔들림 없이 지켜 왔다. 이런 전통은 어느 정도 수메르 문명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나중에는 또 다른 지역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이집트 고유의 전통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당시 이집트를 방문해 본 사람들은 이집트의 독특한 시각적 특징에 아마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예술품들이 모두 한결같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후기 구석기시대의 작품들을 제외하더라도, 이집트의 예술적 전통은 예술사를 통틀어 가장 길고 강력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이 다른 곳으로 전파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예외적으로 그리스에 고대 이집트의 기둥을 본뜬 것 같은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집트에서는 원래 갈대 뭉치를 진흙으로 반죽해서 기둥을 만들었는데, 그리스 기둥에서 그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사실 다른 나라의 예술가와 건축가들은 하나같이 이집트의 건축물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이집트의 예술 양식을 그들의 의도에 맞게 수용하려고 해도 그것은 단순히 형식을 따라 하거나 이국적인 효과를 내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집트 양식은 다른 곳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다만 시대에 따라 스핑크스나 뱀, 오벨리스크* 따위가 장식물로 이곳저곳에 등장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집트 예술이 후대에 기여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의 사원이나 무덤 벽에 색칠이 되어 있거나 오목하게 파인 거대한 그림들을 보면 인체가 비례의 원칙에 따라 그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비례 원칙은 그리스인을 거쳐 서양 미술에 전해졌다. 예술가들은 유명한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도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대가 될 때까지 이 같은 이집트 그림의 영향을 받아 왔다. 이집트인들의 공헌은 예술적 양식의 측면이 아니라 이론적인 부분에 한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집트의 의료기술과 사화 문화적 현상 (0) | 2022.03.23 |
---|---|
이집트 문자에 대해서 알아보자. (0) | 2022.03.23 |
이집트인의 사후세계에 대해서. (1) | 2022.03.22 |
이집트의 종교와 성직자의 계급 (0) | 2022.03.22 |
성대한 피라미드, 그에 비하면 낮은 수준의 천문학 (0) | 2022.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