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들이 서로 문화적 영향과 자극을 주고받았다는 증거가 최초로 분명하게 드러난 곳은 서아시아 지역이다. 가장 오래된 문명은 틀림없이 여기서 나타났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 지역은 3000~4000년 동안 수많은 민족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혼란 속에서 풍요로워지기도 했고 황폐해지기도 했다.‘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역사시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수많은 문화를 녹여내는 거대한 용광로였다. 사람들의 정착지였지만, 사람과 사상의 물결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제도와 언어, 종교의 활발한 교류가 진행되었다. 오늘날 인간의 사고와 관습은 대부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넘쳐나는 인구
그렇다면 당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아시아 지역으로 몰려든 것일까. 정확하진않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이 넘쳐나는 인구 때문에 이곳으로 옮겨 왔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기원전 4000년경 전 세계의 총인구는 겨우 8천만 명에서 9천만 명 정도였을 텐데, 언뜻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이후 4000년 동안 인구는 약 50%가 늘어 1억 3000만 명이 되었다. 현재의 인구 증가 추세로 보면 이러한 증가율은 보잘것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당시 인류는 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자신의 세력을 넓혀나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선사시대와 비교해 보면 문명의 탄생은 인류가 대단히 빠르게 세력을 확대하고 번영해 나가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인구 증가의 속도는 매우 빈약한 자원과 관련이 있었다. 일부 지역의 넘쳐 나는 인구도 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가뭄은 한순간에 어떤 지역의 자급자족 능력을 빼앗아 갈 수도 있었다. 식량을 다른 곳으로부터 쉽게 들여올 수 있기까지는 수천 년이 걸렸을 것이다. 그 결과 식량 부족과 굶주림이 빈번히 일어났다. 하지만 이것이 꼭 불행한 상황인 것만은 아니었다. 사실 '혼란' 은 초기 역사시대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요 동력이었다. 기후 변화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지만 이제는 빙하기처럼 모든 지역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 특정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 가뭄과 폭풍이나 수십 년간 계속되는 추위, 혹은 더위 때문에 사람들은 살던 곳을 떠나 더 좋은 곳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각기 다른 전통의 사람들이 함께 모였고, 여기서 문명은 시작되었다. 갈등과 협력을 통해 그들은 상대방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나갔다. 이렇게 해서 사회를 변화시킬 잠재된 힘이 점점 커져 갔다.
서아시아 사람들
초기 역사시대 서아시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밝은 피부색의 백인종이었다. 이들 백인종과 함께 흑인종, 황인종은 호모 사피엔스의세 가지 주요 집단을 이루었다. 인종은 언어상에 따른 구분으로 더욱 자세하게 나눌 수 있다. 문명 초기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살던 사람들은 사하라 사막 북부와 북동부의 함족, 아라비아 반도의 셈족, 러시아 남부에서 이동해온 인도-유럽계 민족, 그루지야의 카프카스 인이었다. 그중 인도-유럽계 민족은 기원전 4000년경 유럽과 이란까지 퍼져 나가 있었다. 초기 서아시아 역사의 주인공들은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이 역사를 만들어 낸 중심지는 일찍부터 농업과 문명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이 지역들이 안정과 번영을 누리자, 그 주변 지역에 있던 사람들도 그곳으로 몰려들었을 것이다.
다양한 민족들
원전 4000년경, 서아시아에는 백인종과함께 셈족 역시 이미 이곳에 흘러 들어와 있었다. 문명 탄생 후 한참이 흐른 때이긴 했지만 기원전 2500년을 전후로 셈족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메소포타미아 중부지역에 확실한 세력을 형성했다. 셈족은 메소포타미아 북동쪽 산악지방에 살고 있던 다른 백인 집단과 경쟁하면서 서로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들 세력의 경쟁과 교류는 메소포타미아 초기 역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다. 기원전 2000년에는 인도-유럽계 민족들이 두 방향에서 이곳으로 들어왔다. 히타이트 족은 유럽에서 소아시아라고도 불리는 터키의 아나톨리아로 밀고 내려왔고, 동쪽에서는 이란인들이 흘러 들어왔다. 이들은 기원전 2000~1500년 사이에 셈족 등 여러 민족과 경쟁을 펼치면서 그들과 한데 뒤섞였다. 특히 셈족과 북아프리카 지방 함족의 교류는 고대 이집트 정치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고대 서아시아 역사의 주요 흐름을 이해하는 데만 도움이 될 뿐이다. 상세한 내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각각의 민족이 왜 서아시아로 흘러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이러한 여러 민족의 대이동이 최초 문명의 탄생과 번영을 이끌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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